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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반(考槃)

月靜의 흔적 2019. 2. 6. 09:44

고반(考槃)

考는 이룬다는 것이고, 槃은 빙글빙글 돈다는 뜻으로서, 고반이라는 것은 은거해서 살면서 특별하게 일삼는 것이 없이 한가롭게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 해석입니다.


考槃在澗 碩人之寬 獨寐寤言 永矢弗諼

산 너머 개울가의 작은 움막집 어진 이의 넉넉한 보금자리라홀로 자고 홀로 깨며 혼자 말하네 이 즐거움 영원토록 잊지를 말자

考槃在阿 碩人之薖 獨寐寤歌 永矢弗過

언덕 너머 자리 잡은 작은 토담집 어진이의 넉넉한 안식처라오홀로 자고 홀로 깨며 노래를 하네 이 즐거움 영원토록 넘지를 말자

考槃在陸 碩人之軸 獨寐寤宿 永矢弗告

산기슭에 자리 잡은 작은 오두막 어진이의 편안한 터전이라오홀로 자다 잠이 깨어 누워서있네 이 즐거움 남에게 얘기를 말자.


시경에서 귀거래한 도연명은 ‘술을 먹고 지은 시[飮酒]’를 20 수를 짓는데, 그 가운데 다섯 번째 시에서 말한 마음이 세속적인 권력이나 명예, 재물 등에서 멀어지니 그 삶이 한가롭고 여유가 있다는 심원(心遠)사상을 말합니다.


飮酒 五首(음주5수) 陶淵明(도연명)


山氣日夕佳 : 산 기운은 해 저물어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 새들은 짝 지어 돌아오누나. 

此中有眞意 : 이 가운데 대자연의 참뜻이 있기에 

欲辨已忘言 : 말로 분변하려다 할 말을 잊고 말았네.


모든 것을 비우고 심원의 마음으로 살고자 했건만 결국 중책을 다시 맡아 그 책임감과 스트레스에 은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백거이는 은사를 크게 대은大隱, 중은中隱, 소은小隱으로 구분하는데 이 세 가지 구분에서 경제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관료적 삶을 살지만, 은일적 삶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중은의 삶을 강조합니다.


백거이는 대은이란 국가의 고위 관료직 또는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상인 이런 사람들을 대은으로 분류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소은은 깊은 산중에서 은거를 하는 인물을 분류합니다.


오히려 깊은 산중에서 은거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사실은 고위 관료 그리고 많은 돈을 버는 가운데에서 은자를 꿈꾼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의미의 분류 방식입니다.


그런데 대은 특히 고위 관료직은 여러가지 관료적 삶을 통해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책임감이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은적 삶은 피곤합니다.


소은은 너무 경제적으로 궁핍합니다.


그런데 중은의 삶은 종일토록 공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다달이 월급을 받기 때문에 배고픔과 추위를 면할 수 있는, 

“벼슬을 한 것 같은데 한 것 같지도 않고, 바쁘지도 않고 한가하지도 않은 삶”을 중은의 삶으로 규정합니다.


이런 중은의 삶! 또 희망이 되었습니다.



[성균관대 조민환교수 시경 중 고반(考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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