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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능이(柔遠能邇)

月靜의 흔적 2019. 2. 9. 10:33

오늘의 생각은 

유원능이(柔遠能邇) : 덕을 두텁게 하며, 진실하게 상대를 대해 비 폭력적으로 타자를 포섭하는 정치적 이상



서경의 ‘우서 순전(虞書 舜典)’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食哉, 惟時!’, 즉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그 다음의 문장이 ‘柔遠能邇, 惇德允元, 而難任人, 蠻夷率服’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저는 이 중에서 ‘柔遠能邇’라고 하는 네 글자에 주목하고자 하는데요,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난다면, 

삶의 영역이 지금 이곳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먼 곳에 있는 사람을 달래고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나에게 가시 돋게 하지 않고 부드럽게 만들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 입니다.


이후에도 물론 ‘惇德’, 즉 덕을 두텁게 하라든지 그러면 최종적으로 ‘蠻夷率服’이라고 하는 황하 중하류에 

있던 요임금과 순임금의 종족과 함께 살고 있거나, 주위에 있던 다른 이민족들도 다 복종할 것이다, 

또는 요임금과 순임금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올 거라고 말을 하는 거죠.


그렇게 보면 ‘柔遠能邇’라고 하는 것은 요임금과 순임금이 단순히 자기가 생활하는 그 공간을 편안한 세상으로 만드는 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고 싶다는 커다란 포부를 드러낸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이 ‘柔遠能邇’라고 하는 말은 좀 표현이 달라지긴 합니다만, 서경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문에 조금씩 변주되어서 나타나는데요, 

논어에 보면 섭공이라는 사람이 공자를 찾아와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정치를 잘하는 거냐고 물으니까 공자는 대뜸 6가지 글자로 내용을 이야기해줍니다.


‘近者說, 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이 나를 찾아오게 한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가운데 있던 ‘者’자를 빼면 ‘近說遠來’가 되겠죠.


그럼 이것은 서경에 나오는 ‘柔遠能邇’와 글자는 다르지만 완벽하게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거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공자는 서경을 읽으면서 ‘柔遠能邇’라고 하는 말을 자신의 시대에 말로 즉, ‘近說遠來’라는 말로 바꾸어서 번역해서 읽었던 것입니다.


출처 : 성균관대 신정근교수의 "서경, 덕의 나라를 향한 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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